예약주문했던 양양 누님의 신보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도착했다. 택배 받을 곳이 마땅찮아 수취인 주소를 집주인아주머니 복사집으로 해두었는데, 아주머니께 부탁도 드리기 전에 물건이 도착해버려 적잖이 놀랐다. 지난 여름, 윤상 Cliche를 주문했을 때만 해도 배송이 일주일 넘게 걸렸는데, 어이하여 궁벽한 삼례로의 배송이 서울에 있을 때보다 더 빠른 것인지 알쏭달쏭하구만. 아무튼 들뜬 마음으로 택배박스를 받아 강의실로 향했다.
포장을 벗기니 고양이 한 마리가 그려진 빨간색 씨디가 나타났다. 글씨가 없는 게 아주 깔끔하다. 근데 이 고양이는 꼬리를 쳐들고 있네? 조금은 예민한 놈이란 느낌을 준다. 그리고 다리가 묘하게 생겼다. 숫자가 하나 부족하다. 뒷다리는 걸어가고 있는데, 앞다리는 모아져 있어. 어딘가 가다가 멈춰 선 것이겠지. 얼굴이 바닥을 향한 걸 보니 뭔가 발견한 모양이다. 개미 정도 되려나. 오백원이었으면 좋겠다. 고개 숙인 모습에서 굳이 익숙한 사람을 발견해서 나희덕 선생님 시 같은 걸 떠올리는 건 진짜 오바겠지. 그래 나도 멈추자.
앨범 아트웍은 유화에 수채화가 섞인 것 같은 그림들 위주인데, 컴퓨터로 그린 것 같기도 하고, 뭐 난 그림을 잘 모르니까. 다만 '오! 사랑이여' 가사 옆에 그려진 빨간 꽃이 굉장히 마음에 드는데, 난 그게 작약 아니면 모란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작약이었으면 좋겠어. 그냥. 그림 외에도 양양 누님의 사진이 두 장 들어 있다. 사진 좀 더 많이 넣어줘도 되는데, 누님이 부끄러우셨는지 정면도 안 보셔. 어디 먼 데 응시하는 사진 뿐이다. 그림들은 색채도 현란하지 않고 여백도 많아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근데 마지막 그림은 뭔가 굉장히 어두워. 그렇게도 넓은 여백에, 뒷모습이라니. 그 밖에 보이는 건 오직 흰색 '3'자 모양 물체. 갈매기일까? 한밤중에 날고 있는 갈매기가 뚜렷이 보이는 그림이다. 어쩌면, 보들레르의 시에 나오는 알바트로스일지도 모르고...
노트북에 집어넣고 리핑을 했다. 나온지 얼마 안 돼서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앨범 정보가 안 나온다.
'나중에 천천히 직접 써 넣지 뭐. 아무튼 이제 듣는 거다.'
1. Hello
솔직히 오프닝으로 '봄봄'만한 곡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비슷한 느낌의 다른 곡이 1번 자리를 꿰차고 있다. "안녕. ㅎㅎ" 하며 마무리 짓는 게 상콤하다.
2. 봄봄
그냥 듣고 있으면 웃음이 활짝 피어나고 살 것 같지. 날 것 같지.
3. 위풍당당
파이스트가 생각났다. 드럼통 불꽃쇼를 한다거나 무빙워크를 역주행한다거나 하는 재기발랄한 모습이 떠올랐다.
4. 시시콜콜한 이야기
난 이 노래가 좋다. 난 누님 노랠 들을때마다 목소리에서는 '야스민 타바타바이'를 떠올리고, 가사에서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에 나오는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을 떠올렸는데, 이 노래는 아주 대놓고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느낌이 비슷한 노래로 페퍼톤스의 Drama가 떠오른다. Drama는 무지막지한 질문공세로 사람을 울먹이게 만드는 데에 반해, 이 노래는 행복이 무언지 자문하고, 답까지 내 놓는다. '어느날 스치고 간 그 바람처럼 정처없어도 번뜩하는 게 인생'이라고. 그럼 나한테는 답이 됐냐고? 글쎄. 번뜩한다라... 인생은 우리가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바쁜 사이에 슬그머니 일어나는 그 어떤 거니까. 그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모여 누군가의 big drama가 되는 거지.
5. 오! 사랑이여
난 이 노래 한 곡만으로도 이 앨범을 산 것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느껴져. 마음 속에 폭풍을 몇 번이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처절하리만치 무한한 긍정이란 게 어떤 건지. 생각났다. 그 꽃 그림이 작약이어야만 하는 이유. 모란은 향기없는 꽃이기 때문이야.(근데 이게 뻥이라지.)
6. 나는
이 노래를 녹음하기 위해 조명까지 특별히 신경 썼다는데. 뭔가 어색해. 내게 말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 아직 모르겠어. 좋아질 때까지 들어봅시다.
7. 풍악
이런 거 좋아한다. '놀이터(Noriter)'라든지, '그림(the 林)'이라든지, '정민아'라든지. 일전에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준 씨디에 양양 누님 노래와 함께 정민아님의 '바람부는 창가에서'라는 곡을 담아 넣었었지. 아, 김애라님의 lighthouse가 갑자기 땡긴다.
8. 이 정도/ 9. 길 위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 '국화 옆에서' 시 속에서 튀어나온 옆집 누님이라니까.
10. 청춘
앞서 쿨했던 누님이 다시 닿을 수 없는 청춘에 대한 회한을 노래하고 있다. 그래, 누님도 사람이니까.
11. Did I say
'Did I say'라는 말로 나를 울린 노래가 있었다. 아일랜드 사는 쌀집 형의 'The blower's daughter'란 노래. 'Did I say'라는 가사를 보면 혼란스럽다. "내가 ~라고 말했던가요?". 이 이후에 이어질 말이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요."인지, 아니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 인지. 이 노래의 경우는 전자인 것 같고, '클라리넷선생따님' 같은 경우는 정말 알 수 없다. 데미안라이스의 뇌내망상이라 생각하면 후자가 어울리는데, 전자라면 확인사살이 되고. 쩝, 별 상관 없는 얘기가...
12. 문득
이 곡 자체는 그 어떤 대답을 요구하는 노래는 아니다. 그런데 이걸 듣게 된 나는 대답이 필요해.
"오늘이 저문다. 오늘 내 맘 속에 살아났던 것은 어제의 그리움. 결국 오늘도 어제를 살았다. 오늘이 저문다. 그럼 내일은, 내일은 다를까?"
아마 누님이라면 이렇게 말하고 미소지을 것 같다.
"몇 번이고 똑같이 온다 해도, 초라한 오늘이, 서투른 사랑이 내겐 더 소중해."
포장을 벗기니 고양이 한 마리가 그려진 빨간색 씨디가 나타났다. 글씨가 없는 게 아주 깔끔하다. 근데 이 고양이는 꼬리를 쳐들고 있네? 조금은 예민한 놈이란 느낌을 준다. 그리고 다리가 묘하게 생겼다. 숫자가 하나 부족하다. 뒷다리는 걸어가고 있는데, 앞다리는 모아져 있어. 어딘가 가다가 멈춰 선 것이겠지. 얼굴이 바닥을 향한 걸 보니 뭔가 발견한 모양이다. 개미 정도 되려나. 오백원이었으면 좋겠다. 고개 숙인 모습에서 굳이 익숙한 사람을 발견해서 나희덕 선생님 시 같은 걸 떠올리는 건 진짜 오바겠지. 그래 나도 멈추자.
앨범 아트웍은 유화에 수채화가 섞인 것 같은 그림들 위주인데, 컴퓨터로 그린 것 같기도 하고, 뭐 난 그림을 잘 모르니까. 다만 '오! 사랑이여' 가사 옆에 그려진 빨간 꽃이 굉장히 마음에 드는데, 난 그게 작약 아니면 모란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작약이었으면 좋겠어. 그냥. 그림 외에도 양양 누님의 사진이 두 장 들어 있다. 사진 좀 더 많이 넣어줘도 되는데, 누님이 부끄러우셨는지 정면도 안 보셔. 어디 먼 데 응시하는 사진 뿐이다. 그림들은 색채도 현란하지 않고 여백도 많아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근데 마지막 그림은 뭔가 굉장히 어두워. 그렇게도 넓은 여백에, 뒷모습이라니. 그 밖에 보이는 건 오직 흰색 '3'자 모양 물체. 갈매기일까? 한밤중에 날고 있는 갈매기가 뚜렷이 보이는 그림이다. 어쩌면, 보들레르의 시에 나오는 알바트로스일지도 모르고...
노트북에 집어넣고 리핑을 했다. 나온지 얼마 안 돼서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앨범 정보가 안 나온다.
'나중에 천천히 직접 써 넣지 뭐. 아무튼 이제 듣는 거다.'
1. Hello
솔직히 오프닝으로 '봄봄'만한 곡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비슷한 느낌의 다른 곡이 1번 자리를 꿰차고 있다. "안녕. ㅎㅎ" 하며 마무리 짓는 게 상콤하다.
2. 봄봄
그냥 듣고 있으면 웃음이 활짝 피어나고 살 것 같지. 날 것 같지.
3. 위풍당당
파이스트가 생각났다. 드럼통 불꽃쇼를 한다거나 무빙워크를 역주행한다거나 하는 재기발랄한 모습이 떠올랐다.
4. 시시콜콜한 이야기
난 이 노래가 좋다. 난 누님 노랠 들을때마다 목소리에서는 '야스민 타바타바이'를 떠올리고, 가사에서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에 나오는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을 떠올렸는데, 이 노래는 아주 대놓고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느낌이 비슷한 노래로 페퍼톤스의 Drama가 떠오른다. Drama는 무지막지한 질문공세로 사람을 울먹이게 만드는 데에 반해, 이 노래는 행복이 무언지 자문하고, 답까지 내 놓는다. '어느날 스치고 간 그 바람처럼 정처없어도 번뜩하는 게 인생'이라고. 그럼 나한테는 답이 됐냐고? 글쎄. 번뜩한다라... 인생은 우리가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바쁜 사이에 슬그머니 일어나는 그 어떤 거니까. 그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모여 누군가의 big drama가 되는 거지.
5. 오! 사랑이여
난 이 노래 한 곡만으로도 이 앨범을 산 것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느껴져. 마음 속에 폭풍을 몇 번이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처절하리만치 무한한 긍정이란 게 어떤 건지. 생각났다. 그 꽃 그림이 작약이어야만 하는 이유. 모란은 향기없는 꽃이기 때문이야.(근데 이게 뻥이라지.)
6. 나는
이 노래를 녹음하기 위해 조명까지 특별히 신경 썼다는데. 뭔가 어색해. 내게 말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 아직 모르겠어. 좋아질 때까지 들어봅시다.
7. 풍악
이런 거 좋아한다. '놀이터(Noriter)'라든지, '그림(the 林)'이라든지, '정민아'라든지. 일전에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준 씨디에 양양 누님 노래와 함께 정민아님의 '바람부는 창가에서'라는 곡을 담아 넣었었지. 아, 김애라님의 lighthouse가 갑자기 땡긴다.
8. 이 정도/ 9. 길 위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 '국화 옆에서' 시 속에서 튀어나온 옆집 누님이라니까.
10. 청춘
앞서 쿨했던 누님이 다시 닿을 수 없는 청춘에 대한 회한을 노래하고 있다. 그래, 누님도 사람이니까.
11. Did I say
'Did I say'라는 말로 나를 울린 노래가 있었다. 아일랜드 사는 쌀집 형의 'The blower's daughter'란 노래. 'Did I say'라는 가사를 보면 혼란스럽다. "내가 ~라고 말했던가요?". 이 이후에 이어질 말이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요."인지, 아니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 인지. 이 노래의 경우는 전자인 것 같고, '클라리넷선생따님' 같은 경우는 정말 알 수 없다. 데미안라이스의 뇌내망상이라 생각하면 후자가 어울리는데, 전자라면 확인사살이 되고. 쩝, 별 상관 없는 얘기가...
12. 문득
이 곡 자체는 그 어떤 대답을 요구하는 노래는 아니다. 그런데 이걸 듣게 된 나는 대답이 필요해.
"오늘이 저문다. 오늘 내 맘 속에 살아났던 것은 어제의 그리움. 결국 오늘도 어제를 살았다. 오늘이 저문다. 그럼 내일은, 내일은 다를까?"
아마 누님이라면 이렇게 말하고 미소지을 것 같다.
"몇 번이고 똑같이 온다 해도, 초라한 오늘이, 서투른 사랑이 내겐 더 소중해."



최근 덧글